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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뜨끈한 밥 위에 잘 익어 몰캉한 김치 하나 걸쳐서 꿀떡. 탱탱한 라면 면발과 새콤한 김치를 한 번에 후루룩. 푹 익은 통김치에 하얀 두부 큼직하게 잘라 넣고 팔팔 끓여 쩝쩝. 두툼한 돼지고기 수육을 새빨갛게 치댄 김장김치로 돌돌 말아 냠냠.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이고 웃음이 난다면 당신도 김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틀림없다.
매년 전국이 김장으로 떠들썩해지고, 끊임없이 김치냉장고가 팔려나가며, 직장인의 점심상을 점령한 김치찌개를 생각해보면 김치만한 국민적 애호 식품이 또 있을까 싶다. 세상이 제아무리 달라졌대도 김치 없이는 못 사는 당신이 있는 한 김치는 역시 김치다.

그 지역 밥상의 특별한 김치
열 집이 똑같은 방법으로 담아도 그 맛은 제각각인 김치. 담그는 법이 제대로 정리된 것만 2백여 가지가 넘는다니, 여전히 그 마을 그 집안 그 손맛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김치도 있을 것이다.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김치 중에도 저런 것도 있나 놀라움을 갖게 하는 김치가 적지 않다.

△황해도의 ‘호박김치’는 절인 호박과 열무에 밀가루를 넣고 끓인 소금물을 부어서 익혀 먹는 김치다. 김치가 누렇게 익으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호박김치찌개로 끓여 먹는다. 새콤하고 사각거리는 식감이 여름철 입맛 찾기에 제격이다.


김치 담그는 모습, 현재 담그는 법이 정리된 김치 종류만 2백여 가지가 넘는다. ⓒ 김순자명인 김치테마파크

[현재 담그는 법이 정리된 김치 종류만 2백여 가지가 넘는다. ⓒ 김순자명인 김치테마파크]

△평안도 김치인 ‘꿩김치’는 삶아서 얇게 저민 꿩고기와 양념한 쇠고기, 볶은 오이와 죽순, 표고버섯, 전복, 배 등을 한데 섞는다. 잘 익은 배추김치와 섞어 놓은 재료를 번갈아 가며 켜켜이 쌓는다. 그리고 꿩 삶은 물에 간장으로 간을 맞춰 붓는다. 동물성 재료와 채소, 해산물 맛이 잘 조화된 김치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주로 담그는 ‘석류김치’는 마치 석류가 익어 벌어진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소금에 절인 무에 바둑판처럼 칼집을 넣고 칼집 사이에 백김치 소를 채운 뒤, 배춧잎으로 싸서 만든다. 국물이 많고 고춧가루를 쓰지 않아 맛이 담백해 노인이나 아이, 환자에게 좋다. 깍둑썰기 한 무를 살짝 삶아 절인 배추와 함께 고추 양념으로 버무리는 ‘숙깍두기’는 이가 약한 노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었다는 경상도의 ‘장김치’는 간장으로 담근 김치다. 간장으로 간한 무와 배추에 배와 밤, 표고버섯, 꿀, 설탕 등의 재료를 넣어 버무린다. 설과 추석에 많이 담가 먹던 궁중 김치로 떡국이나 떡이 나오는 주안상과 잘 어울린다.

△남도와 황해도의 ‘감김치’는 감과 김치 양념을 버무려 담근다. 이때 푸른빛이 도는 감을 식초 소금물에 삭히거나 단감을 썰어 말린 뒤 소금물에 씻어서 사용한다. 경남에서는 땡감에 여뀌 대 삶은 물과 소금을 넣고, 짚과 여뀌 대를 덮어서 담근다. 여뀌 대는 항균작용과 매운맛을 낸다. 씹는 느낌이 아삭하고 맛이 달콤해 별미 김치로 통한다.

△강원도 ‘채김치’는 이름 그대로 채친 무와 배추, 굵직하게 채 썬 동태 살, 고추 양념을 함께 버무려 만든다. 간은 설탕으로 하고 채를 썰어 만든 김치라 오래 두지 않아야 한다.

△‘게국지김치’는 무청과 배추에 해산물을 넣어 담근 충청도 김치다. 참게와 절인 배추, 늙은 호박, 무을 고추 양념으로 버무린 뒤 배춧잎으로 싸서 한 달 정도 익힌다. 그냥 먹거나 찌개로 끓여먹는다. 배추의 노란 속으로 만드는 ‘고갱이김치’는 살짝 절이거나 생것의 배추를 젓갈과 고춧가루, 마늘, 설탕 등으로 양념하고 진간장으로 간해서 먹는 겉절이 김치다. 배추의 싱싱한 맛을 살리기 위해 젓갈과 양념을 적게 사용한다. 고갱이는 연한 속살을 뜻하는 우리말.

△제주도와 경상도에서 먹어온 ‘전복김치’는 쫄깃한 전복과 향긋한 유자 껍질, 매운 양념이 어우러진 독특한 김치다. 전복 가운데를 움푹하게 만들고 거기에 채친 유자 껍질과 배를 넣고 오므려 담는다. 얇게 저민 전복에 채 썬 유자 껍질과 배를 놓고 말아서 꼬치에 꿴 다음, 절인 무를 얹고 소금물을 붓기도 한다. 또 데친 전복에 유자 껍질과 고추 양념을 넣어 버무리기도 하는데 마을이나 집안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외국인이 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김치의 맛과 효능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

[김치의 맛과 효능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

각 지역을 대표하는 김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 지역 김치가 간이 약하고 고춧가루를 적게 쓰는 건 기온이 낮아서다. 반면 간이 세고 고춧가루도 듬뿍 들어간 김치는 기온이 높은 남쪽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해산물 김치가 많은 지역은 으레 바다와 접해있기 마련이다. 김치냉장고와 판매 김치 덕분에 김치 맛도 개성도 평준화되고 있다지만, 당신의 김치 유전자는 기억하지 않을까. 할머니가 어머니가 맛보여주시던 그 지역 밥상의 특별한 김치 맛을.

Tip. 김치가 더 알고 싶다면
▲전남 ‘광주김치타운’은 김치를 보고 즐기고 느끼는 종합공간이다. 이곳에는 김치박물관과 첨단 HACCP 김치공장, 김치 체험장, 전시판매장이 있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은 9시부터 17시 30분.
062-613-8222 | http://kimchitown.gjcity.net
▲경기도 부천의 ‘김치테마파크’는 제1호 김치 명인인 김순자 명인이 김치의 역사와 유래 · 김장방법을 소개하고, 김치 담그기 체험도 진행한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은 9시부터 18시.
070-4251-1212 | http://blog.naver.com/kimchik1
▲경기도 화성의 ‘한경김치박물관’은 김치 생산업체가 개관한 곳이다. 김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는 한국관, 세계의 절임 식품이 전시된 국제관, 김치 담그기 체험이 열리는 이벤트관이 있다. 일요일은 휴관하며 관람은 10시부터 19시. 031-377-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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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25 15: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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